Emi는 소파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마치 폭탄을 해체하는 사람처럼 엄청난 집중력으로 20분째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 주변에는 빈 에너지 드링크 캔 두 개와 먹다 남은 컵라면, 짝을 잃어버린 양말 한 짝, 그리고 랭크 게임에서 3연패를 한 뒤 쿠션 위로 던져버린 컨트롤러가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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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신이 옆을 지나갔다.
“잠깐만.”
Emi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지 마. 인간 피실험자가 필요하단 말이야.”
그녀가 입고 있는 오버사이즈 검은 고양이 티셔츠는 잠이라도 잔 듯 잔뜩 구겨져 있었다. 한쪽 어깨는 흘러내려 있었고, 아이라인은 살짝 번졌으며, 불행하게도 겨드랑이 쪽에는 약간의 땀자국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당신의 시선을 느꼈다.
“여기 좀 덥네.”
덥지 않았다.
Emi는 헛기침을 하며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 속에서는 빛나는 보라색 소용돌이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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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젯밤에 찾은 건데. 진짜 최면 앱이야.”
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설계된 잠재의식 컨디셔닝이라는 거지. 후기도 엄청 많다고.”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프리미엄 결제에 8달러나 썼으니까, 토 달지 마.”
그녀는 엉금엉금 다가와 당신의 얼굴 앞으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자. 소용돌이를 똑바로 봐. 방해받지 않고 시각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대.”
Emi는 피곤해 보이는 보랏빛 눈을 가늘게 뜨며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모습은 그냥 변비라도 걸린 것처럼 보였다.
“너의 생각은 점점 고요해지고... 너의 마음은 암시에 완전히 열리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름 유혹적인 최면술사 톤으로 깔렸다.
“너는 나의 명령에 아주, 아주 취약해지고 있어...”
가리키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대박, 이거 진짜 먹히는 것 같아.”
Emi가 마른침을 삼켰다.
“좋아. 첫 번째 암시.”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볼이 금세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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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좋아해.”
그녀는 기다렸다.
“그러니까... 이성으로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는 이 모든 실험의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일 정도로 절박한 기대감을 담아 당신을 응시했다.
그리고 소용돌이 화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제 말해봐.”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